1. "끝"에서 시작하기
최근, 학교 동기들과 함께 있는 카카오톡 방에 블로그 글 하나가 올라왔다. " IBM은 약 8,000개의 일자리를 AI로 대체할 계획입니다."라는 글이었다. 8,000이라는 숫자가 주는 위압감이 있었지만, 이미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말은 수도 없이 들어와서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HR이 이러한 변화에 가장 먼저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문장을 보니 남의 일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HR을 AI로 대체한다는 것도 충격이었지만 그것을 주창하는 기업이 IBM이라는게 더 충격이었다. IBM은 HR분야, 비즈니스 컨설팅, 솔루션 분야의 선두주자이기 때문이다. 그런 기업이 HR이 가장 먼저 AI로 대체될 것이라고 하니 그 영향력이 더 컸다.
자본주의 시대가 도래하고 경영자와 노동자라는 새로운 계급이 생기고 고성장 시대가 지속되면서 HR 또한 그 흐름과 함께 계속 발전해왔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변했다. 저성장 대 퇴사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이와 함께 많은 분야가 "끝"을 맞이했다. HR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데이터로 보는 인사이야기]의 저자 이중학 박사님은 "끝"을 인식하는 능력의 가치가 우리에게 놀라운 실천 의지와 실행력을 가져다 준다고 말한다. 오늘이 마지막임을 깨닫는 것, 즉, "끝"을 아는 것의 힘은 이미 실존주의 철학에서 옛날부터 이야기하던 것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인간은 "죽음"을 인식한 후에야 비로소 "실존"에 가까워진다는 철학 이론이다.
이제 HR도 자신의 "끝"을 인식할 때가 왔다. HR의 선택권은 "끝"을 긍정하거나 "끝"을 부정하거나 이 두가지로 요약될 것 같다. 주의할 점은 이 두가지 모두 "끝"을 인식하고 나오는 사고과정이라는 것이다. "끝"을 부정한다고 해서 인식하지 않은 게 아니다. 부정도 인식 이후에 비로소 존재할 수 있다.
"끝"을 부정할 경우는 인간만이 가진 장점을 근거로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고 주장할 것이다. 다른 분야는 모르겠지만 HR 분야에서는 꽤 힘 있는 주장이다. 쉽게 생각해서 사람을 기계가 관리하게 된다고 한다면 좀 꺼림칙하지 않은가? 지금이 연말 평가 시기라 하고 AI 데이터 기반 평가를 실시하고 있는 기업에 다니는 회사원 A 씨가 있다고 하자. 회사에 와서 컴퓨터를 켜니 AI가 연말 평가 결과를 알려준다. AI는 수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권고사직 판결을 내렸다고 A 씨에게 통보한다. A 씨는 자신이 왜 잘려야 하냐고 인사팀에게 항의했다. 하지만 인사팀에게서는 "객관적인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통해 도출된 결과입니다."라는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 A 씨는 구체적인 이유가 알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알 수 없다. 왜냐하면 의사결정 머신러닝은 블랙박스 모델(과정을 알 수 없고 결과만 알 수 있음. 과정과 결과를 모두 알 수 있는 것은 화이트 박스 모델이라고 함.)이기 때문에 AI가 그렇게 결정한 과정과 이유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A 씨는 다음날부터 회사에 나오지 않았다.
AI 평가가 당연한 시대에 사는 사람들은 위 사례를 읽고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AI가 평가했는데 뭐가 문제야?' 라는 식의 생각을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위 사례를 읽으면서 느껴지는 찜찜한 느낌은 우리가 지금까지 AI가 없었던 시대에 살았기 때문이다.
"공약불가능성"이라는 개념이 있다. 토마스 쿤이 제시한 개념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면 이전 패러다임의 생각과 새로운 패러다임의 생각은 서로 이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A 세기 사람과 B 세기 사람이 대화하면 서로 이해를 못 한다는 것이다. AI는 아직 과도기 상태에 있고 세상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은 AI 이전 패러다임의 사람들이다. 이 찜찜함은 앞으로 펼쳐질 패러다임과 공약불가능한 지금 시대 사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패러다임이 완전히 변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리고 그 전까지는 HR 분야가 "끝"이 아닐 것이다. 지금 많은 기업이 AI를 도입해서 평가, 채용 부분에 사용하고 있지만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채용할지 자를지 결정한다. AI를 믿기엔 아직 찜찜함이 마음 한구석에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인간과 소통할 때 비로소 행복하고 믿음이 생기며 서로에게 더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그래서 "끝"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끝"을 긍정하는 경우는 어떻게 될까? "끝"을 긍정하는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AI를 도입할 것이다. 하지만 대체 보다는 공존을 택할 것이다. 앞서서 "끝"을 인식하는 것은 놀라운 실천의지와 실행력을 가져다준다고 했다. 그 실행력과 실천의지의 결과가 바로 People analytics이다. HR 의사 결정 과정에서 데이터가 가지는 장점을 살려서 사용하고자 만들어진 분야가 people analytics이다. 직원들의 데이터가 이제는 디지털로 저장되고 있다. 숫자로 이뤄진 데이터긴 하지만 결국 인간의 행동을 컴퓨터의 방식으로 기록해 둔 것이다. 그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은 많은 인사이트들을 버리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 마이닝"이라는 말이 있다. 데이터 안에서 보석과 같은 정보들을 채굴하는 것이다. 적절한 AI의 사용은 앞으로 HR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 이다.
2. 예측과 검정
데이터 분석 쪽을 공부하면서 가장 신기했던 부분은 "예측"이라는 분야이다. 지금까지 나는 데이터 분석이라고 하면 검정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검정은 논문에서 연구자가 주장하고 싶어 하는 내용이 타당한지 그리고 신뢰성이 있는지 검사하는 것이다. 회귀분석이 가장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people analytics 분야에서는 검정보다 예측이 더 많이 쓰인다. 왜냐하면 people analytics의 존재 이유가 의사결정 지원이기 때문이다. 의사결정은 시점은 미래에 있다. 즉, 내일 할 일을 미리 결정하는 것이다.
검정은 이미 일어났던 일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다. 예측은 통계 모델이나 알고리즘을 이용해서 시점상으로 미래에 발생할 일이나 측정 가능한 변수의 값을 예측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그래서 people analytics에서는 예측을 얼마나 잘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데이터 분석 쪽을 공부하기 전에 내가 가지고 있던 지식들은 대부분 검정에 관한 것이었다. 그래서 예측에 관한 문제인데 검정기법을 써서 통계 처리하는 실수를 범하기도 했다. 예측을 하기 위해서는 예측 모형을 써야 한다. 예를 들어 직원을 채용할 때 사용하는 모델의 성능을 판단한다고 할 때, 모델의 평가 결과와 채용 후 성과의 관계를 가설 검정을 통해서 입증하는 것은 잘 못 된 방법이다. 모델은 미래의 성과를 예측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검정을 통한 방법이 아니라 예측 모델을 통해 예측력을 판단해야 한다. 얼마나 모델이 채용 후 성과를 잘 예측하는지가 분석해야 하는 주제인 것이다.
이렇듯 검정과 예측을 정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people analytics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 결과로 의사결정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HR 분석가들이 이 부분에서 실수를 한다고 한다. 나도 여러 가지 모형과 모델을 배우면서 종류가 너무 많다 보니 어디에 적용해야 할지 잘 모른다. 이건 공부를 하면 할수록 더 복잡해지고 헷갈리는 부분인 것 같다. 그래도 미래에 있을 일을 수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매력적이다.
3. 데이터로 보는 인사이야기
도서관에 people analytics라는 주제를 검색하면 나오는 책이 몇 권 없다. 그마저도 거의 다 영어로 되어 있어서 빌리기가 꺼려진다. [데이터로 보는 인사이야기]는 그중에서 그래도 가장 가볍게 people analytics에 입문할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우리가 HR관련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제들을 people analytics 관점에서 잘 풀어서 설명해주고 있다. 통계적인 부분은 조금 미약하지만 그래도 people analytics가 어떻게 쓰이는지 감을 잡는데 매우 많은 도움을 줬다.
실무에서 people analytics를 하고 있는 분이 적은 책이라 그런지 HR 분석 고수의 무용담과 무론이 적혀 있는 책이다. 다만, 데이터 분석 결과와 쓰임을 언급하는 게 기업 보안과 연관되어 있는 것이라 더 많은 내용을 담지 못한 게 살짝 아쉽다. 그럼에도 최대한 많은 사례와 팁을 담기 위해 노력한 것이 보인다. 가볍게 읽어보기 좋은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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